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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랑하니까 흉보고 미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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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은여시 작성일17-09-24 16:18 조회5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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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럭더럭 앓으면서 아프다고 하면 속 터지지나 않지 먹을 것 다 챙겨
먹다가도 딸네들 오면 괭이밥 먹듯 하고 골치를 싸맨다니까 툭하면 죽는
타령 하면서도 약이라면 환장하기에 약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고 했더니
대뜸 보약 한 번 사줘 봤느냐고 역정을 내더라니까 늙으면 애 된다고
하더니 꼭 미운 일곱 살이여 귀 어둡다고 해도 살짝 흉보는 귓속말은
귀신같이 알아듣고 따지러 든다니까
 
  야, 이 잡것들아! 늙으면 다 그렇게 되는 거야 너도 늙어봐라 아마
  그런 시어미 밑에서 보고 배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라
  
   흉 실컷 보고 욕 실컷 해라 그래야 근력 난다
   온종일 팔랑팔랑 부채질하는 콩잎에
   맞장구치며 신명 난 아낙들
   입 따로 손 따로 놀려도 일머리는 봄꽃 지듯 빠르다
   여름 해 막 기울어서야
   호미질 멈추고 입 다문 채 콩밭에서 나오는 맑은 얼굴들
   저녁놀이 살짝 베물었다 놓는다
 
   그래, 흉보고 욕하는 것도 사랑이다
 
 
​- 정낙추 시집 『미움의 힘』(천년의 시작, 2016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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