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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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여니 작성일17-09-25 09:10 조회61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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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 걸음걸이가 불편했던 당신에게
하얀 저승신 갈아 신기고
행여 먼 길 가다 벗겨질세라
무명 끈으로 단단히 졸라매고 어머니는
미동도 없는 당신의 귓불에다
간절하게 너무도 간절하게 귀엣말 하신다
먼 길이렌 헙디다
가도 가도 먼 길이렌 헙디다
이왕지사 가는 거 청 하나만 들엉 갑서
외손지, 그 아이가 무신 걸 압니까
분시 모르는 아이우다
살 날이 창창헌 아이우다
먼 길이주마는 이왕 가는 거
그 아이 마음에 병 우꿋허게 들렁 가줍서
가당 너그닥헌 가시낭밭 나오걸랑
훅, 허게 데껴뒁 화르륵, 솔라붑서
다시는 들지 않게 허여줍서
우리 외손지, 그 아이가 무신 죄우꽈
설룬 아이우다 칭원헌 아이우다
이왕지사 가는 먼 길
제발 이 청 하나만 들엉 갑서양?
알암주양?
들엄주양?
- 김수열 시집 『빙의』(실천문학사, 2015)에서
하얀 저승신 갈아 신기고
행여 먼 길 가다 벗겨질세라
무명 끈으로 단단히 졸라매고 어머니는
미동도 없는 당신의 귓불에다
간절하게 너무도 간절하게 귀엣말 하신다
먼 길이렌 헙디다
가도 가도 먼 길이렌 헙디다
이왕지사 가는 거 청 하나만 들엉 갑서
외손지, 그 아이가 무신 걸 압니까
분시 모르는 아이우다
살 날이 창창헌 아이우다
먼 길이주마는 이왕 가는 거
그 아이 마음에 병 우꿋허게 들렁 가줍서
가당 너그닥헌 가시낭밭 나오걸랑
훅, 허게 데껴뒁 화르륵, 솔라붑서
다시는 들지 않게 허여줍서
우리 외손지, 그 아이가 무신 죄우꽈
설룬 아이우다 칭원헌 아이우다
이왕지사 가는 먼 길
제발 이 청 하나만 들엉 갑서양?
알암주양?
들엄주양?
- 김수열 시집 『빙의』(실천문학사, 201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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