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속의 오갈피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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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여니 작성일17-09-27 10:55 조회93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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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속의 미로를 걷고 있다
알래스카 깊은 빙하의 계곡
여름에도 계곡은 결빙의 손을 놓지 않고
투명한 얼음 입자만을 살찌우고 있다
언제부턴가 알래스카에 눈이 오지 않았고
빙하의 조각들이 녹아 적막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오랫동안 빙하의 틈새에서 잠자던
꽃의 씨방들이 바람을 타고 의식의 경계를 넘어온다
경계의 사이로 날리는 씨방들, 씨의 방들
내 의식의 경계에 언제부턴가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치자나무 젖은 뿌리가 얼고, 하얀 잿더미를
꾹꾹 밟고 있는 여자의 낡은 슬리퍼가 얼고,
살얼음 위를 까치발로 걸어가는
위태로운 생이 꽁꽁 얼어붙는다
세계지도 속의 어디라도 한 번 쯤은
살아볼 만한 곳이지만, 나는
편지가 오지 않는 오지에서 오갈피나무의
자줏빛 꽃이 되어 기다려도 받아볼 수 없는
소식들에게 눈발의 안부를 묻는다
오랫동안 지도 속의 미로를 걷고 있다
알래스카 깊은 빙하의 계곡
여름에도 계곡은 결빙의 손을 놓지 않고
투명한 얼음 입자만을 살찌우고 있다
언제부턴가 알래스카에 눈이 오지 않았고
빙하의 조각들이 녹아 적막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오랫동안 빙하의 틈새에서 잠자던
꽃의 씨방들이 바람을 타고 의식의 경계를 넘어온다
경계의 사이로 날리는 씨방들, 씨의 방들
내 의식의 경계에 언제부턴가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치자나무 젖은 뿌리가 얼고, 하얀 잿더미를
꾹꾹 밟고 있는 여자의 낡은 슬리퍼가 얼고,
살얼음 위를 까치발로 걸어가는
위태로운 생이 꽁꽁 얼어붙는다
세계지도 속의 어디라도 한 번 쯤은
살아볼 만한 곳이지만, 나는
편지가 오지 않는 오지에서 오갈피나무의
자줏빛 꽃이 되어 기다려도 받아볼 수 없는
소식들에게 눈발의 안부를 묻는다
오랫동안 지도 속의 미로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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