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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흥치 작성일17-09-06 09:38 조회1,3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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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자리는 너의 자리이며 나의 자리
 
낯을 가리자 낮이 가려졌다
낮에는 희미해지는 밤의 자리로
쌍둥이자리에 위도 없고 아래도 없는 쌍둥이
 
누군가의 자식들
어쩌면 누군가가 잃어버려서
누군가가 이어 놓은
누군가의 자식들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어 떨어질 수도 없다
이 지구 위로
하나뿐인 자리들을 가지고 살 수도 없다
 
어둡고 높고 여린 빛의 감정이
조금씩 흔들리는 걸 보았다 그대로 가는 걸 본다
아침까지의 감정이
사라지고 있다 살아지기도 하는 사람들처럼
 
사람들이 걷고
시계가 여전히 움직이는 게 보이고
여섯 시를 기다렸던 알람이
여섯 시를 지나치고도 울고 있는 감정이
여섯 시보다 더 아름다운 악몽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흔드는 사랑이지
쌍둥이가 두둥실 떠 있는 자리, 너였던 나의 잠자리
 
안경이 뿌연 세계는 나의 뿌연 세계다
안경이 흐린 세계는 나의 흐린 세계다
 
사랑을 나누다가
사랑을 했는데
 
너는 원래 흐린 얼굴 
 
어둠이 조금 다른 어둠을 밀어내는 비구름
나를 무릅쓰는 비구름, 오래 참고 있는 비구름
비와 구름이 쌍둥이처럼 붙어 있는 비구름
비보다 먼저 태어난 구름이 비의 뒤에 있는 비구름
 
나는 먼저 머리를 내밀었지,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나올 때의 마음을 나누자
머리칼을 넘기는 바람과 빛이 되었지
 
ㅡ 시집 『흰 글씨로 쓰는 것』(민음사, 2017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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