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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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흥치 작성일17-03-30 10:26 조회1,62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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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얼굴
너는 바람인가
움직일 뿐 얼굴이 없다
이목구비 오장육부
머리도 꼬리도 없다
휘둘러 서발 막대에 거치는 것이 없다
너는 쏜살인가
나아갈 뿐 멈춤이 없다
뒷걸음도 게걸음도
부지런도 게으름도 없다
이정표 없는 네 길엔
발자국도 없다
널 지은 창조주도
어찌하지 못하는 너
절대의 권능 쥐고
생사조차 주관한다
인정도 사정도 없고
예외도 실수도 없다
만인의 것이면서
누구의 것도 아닌 너
너와 나는 이인삼각
애환 함께 하였건만
어느 날 고개 돌릴 너
끝내 얼굴 없는 너
번지 없는 빈집에
문패 달랑 걸어놓고
온데간데없는 너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너
그러나
천지에 꽉 차서
없는 곳이
없는 너.
(장순하·시인,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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