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리는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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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흥치 작성일17-01-14 18:04 조회1,50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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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내리는 날에는
이렇게 함박눈이 내리는 날에는
낡은 카카오 점퍼에 007모자를 눌러 쓰고
애송시집 몇 권과 습작노트,
그리고, 빛 고은 추억을 배낭에 담고
바닷가 민박집에 머물고 싶다
산적한 삶의 숙제를 잠시 내려놓고
항구가 훤히 보이는 낡은 민박집 창가에 앉아
흩날리는 눈송이와 놀고 있는
갈매기의 등에 올라타
오지마다 편지를 전하면……
일신의 안위보다는
조국과 이웃을 생각했던,
연애 소설보다는 위인전을 탐닉해선
꿈이 충전했던 열일곱 시절로 돌아가
내 생을 다시 쓰고 싶다
지천명의 나이가 되어가도
수천 겹의 애수를 잘라내지 못하고
허욕에 급급했던 어리석음을
하늘을 외면했던 서러운 앙금들
파도를 불러 훌 훌 털어버리고……
오랜 세월 가슴 속에 침잔해버린
욕망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한다 해도
이렇게 하박눈이 내리는 날에는
나도, 순백한 눈발이 되어
누군가의 가슴속에 녹아버리고 싶다
◐ 김민소시집 『 사랑은 처음처럼
삶은 마지막처럼 』중에서
이렇게 함박눈이 내리는 날에는
낡은 카카오 점퍼에 007모자를 눌러 쓰고
애송시집 몇 권과 습작노트,
그리고, 빛 고은 추억을 배낭에 담고
바닷가 민박집에 머물고 싶다
산적한 삶의 숙제를 잠시 내려놓고
항구가 훤히 보이는 낡은 민박집 창가에 앉아
흩날리는 눈송이와 놀고 있는
갈매기의 등에 올라타
오지마다 편지를 전하면……
일신의 안위보다는
조국과 이웃을 생각했던,
연애 소설보다는 위인전을 탐닉해선
꿈이 충전했던 열일곱 시절로 돌아가
내 생을 다시 쓰고 싶다
지천명의 나이가 되어가도
수천 겹의 애수를 잘라내지 못하고
허욕에 급급했던 어리석음을
하늘을 외면했던 서러운 앙금들
파도를 불러 훌 훌 털어버리고……
오랜 세월 가슴 속에 침잔해버린
욕망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한다 해도
이렇게 하박눈이 내리는 날에는
나도, 순백한 눈발이 되어
누군가의 가슴속에 녹아버리고 싶다
◐ 김민소시집 『 사랑은 처음처럼
삶은 마지막처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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