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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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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여니 작성일16-11-02 15:34 조회5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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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낙엽처럼 불면이 쌓이는 날이 많아졌다.

종종 새벽녘에 비가 흩뿌리는 날

생각보다 오래 살았다는 느낌에

유서 같은 일기를 두서없이 쓰기도 한다.

 

가끔 안주도 없이 술을 털어 넣듯 마시다.

미친 듯이 밤길을 휘적휘적 걷다가

한 사람 안에 웃고 있는 또 한 사람을 생각하다.

모든 걸 게워내듯 오래오래 울기도 하는

 

아침이면 퉁퉁 부은 눈으로

식구들의 밥을 차리고

빨개진 눈으로 배웅을 하고

꾸역꾸역 혼자 밥 먹는, 이 슬픈 식욕

그래도 검은 커피를 위로 삼아

마당에 빨래를 넌다.

 

조금씩 말라가는 손목은 얇은 햇빛에 맡기고

흐르는 구름을 보다 눈을 감으면

툭, 떨어지는 감나무 잎

세상은 저렇게 떠나야 하는 것

조만간 가야 할 때를 살펴야 하는 것

 

길어지는 그림자를 보며

지는 해는 왜 붉은가 생각하다가

흉터는 왜 붉은가를 생각해보는

이대로 증발하고 싶은 저무는 하늘

아직 살아 있는 내가

찬물에 손을 담고 쌀을 씻는다.

 

 

- 이서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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