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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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여니 작성일16-08-26 15:23 조회84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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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코앞에 두고 목욕탕은
벌거벗은 나신으로 가득 차 있다
뜨겁게 달아오른 열탕에 몸을 담그며
시원하다 한다
많은 여자가 빨간 고무장갑 대신
시퍼런 이태리타월을 끼고
제 살갗이 깎이는 줄도 모르고
한 꺼풀 때를 벗긴다.
낯선 여자가 막무가내로
자신의 등을 나에게 들이댔다
여자의 등에 인생이 펼쳐 보였다
한때는 뜨거운 남자의 손길이
지나갔을 것이고
몸 아파 울며 잠 못 드는 아이의
따뜻한 잠자리가 되었겠지
힘든 세상살이 헉헉 될 때
진땀도 흘러내렸겠지
나는 여자의 등줄기에 붙은
고된 삶의 찌꺼기와 군데군데 자리 잡은
증오의 감정들을 마음으로 밀며
예전에는 맛보지 못한 희열과
한 여자의 인생을 생각한다.
한결 가벼워진 여자의 등을
맑은 물로 헹구며 내 등을 들이댔다
낯선 여자가 내 등을 밀고 있다
부끄러운 내 등에는
얼마나 많은 삶의 흔적들이 남아있을까
- 전은행 / 삶의 흔적 -
벌거벗은 나신으로 가득 차 있다
뜨겁게 달아오른 열탕에 몸을 담그며
시원하다 한다
많은 여자가 빨간 고무장갑 대신
시퍼런 이태리타월을 끼고
제 살갗이 깎이는 줄도 모르고
한 꺼풀 때를 벗긴다.
낯선 여자가 막무가내로
자신의 등을 나에게 들이댔다
여자의 등에 인생이 펼쳐 보였다
한때는 뜨거운 남자의 손길이
지나갔을 것이고
몸 아파 울며 잠 못 드는 아이의
따뜻한 잠자리가 되었겠지
힘든 세상살이 헉헉 될 때
진땀도 흘러내렸겠지
나는 여자의 등줄기에 붙은
고된 삶의 찌꺼기와 군데군데 자리 잡은
증오의 감정들을 마음으로 밀며
예전에는 맛보지 못한 희열과
한 여자의 인생을 생각한다.
한결 가벼워진 여자의 등을
맑은 물로 헹구며 내 등을 들이댔다
낯선 여자가 내 등을 밀고 있다
부끄러운 내 등에는
얼마나 많은 삶의 흔적들이 남아있을까
- 전은행 / 삶의 흔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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