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꽃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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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흥치 작성일16-08-20 18:52 조회1,46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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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설핏 깨어난 저녁 같아서
아침인지 밤인지
구별되지 않는 신비가
해변의 잔물결처럼 밀려오는
봉숭아 꽃 속 같은 이곳
봉숭아
첫 꽃잎에서 따온
처음 사랑의 빛깔이 첫눈이 올 때까지만
남아주길 기다렸겠지 그땐 몰랐어.
봉숭아의 빛깔
오목한
방안에 봉숭아 꽃잎 한 움큼을 훑어 넣고
초록 이파기 서너 개쯤 따내는 소리가
똑, 똑, 백반 작은 숟가락 하나
소금은 한 꼬집,
콕콕 빻았지
말랑아고 풋풋한 풀 향기가 훅 끼쳤는데
엄지와
검지가 발개지도록
촉촉한 그것을 손톱 위에 약속처럼 올려놓고
헝겊을 두르고
무명실로 돌돌 감았지. 하룻밤이 지났는지
꽃물이 손톱의 자리로 옮겨왔을 때
세상도 온통 물이 들었어
해변에
잔물결 같은 시간들이 차곡차곡
허공으로 밀려가고
예감처럼 첫눈이 웨딩 마치로 흩날릴 때
첫사랑 이루어질 거라던 그 빛깔,
왜 온통 붉은
봉숭아 꽃 속인지
- 홍계숙 / 봉숭아 꽃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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